


내분비내과 병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고혈당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은 약을 조절하고 인슐린 용량을 맞추면 어느 정도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분명 약을 추가하고, 인슐린 펜 종류를 바꾸고, 용량도 조절했는데 혈당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내분비에서는 단순 당뇨 악화가 아니라 호르몬 문제를 의심합니다. 그 대표적인 검사가 바로 ACTH / Cortisol 검사입니다.
ACTH와 Cortisol은 어떤 역할을 할까?
Cortisol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혈당을 올리는 작용을 합니다. ACTH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부신을 자극하는 호르몬입니다. 즉, ACTH → 부신 자극 → Cortisol 분비라는 흐름을 가집니다. 이를 HPA axis(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라고 합니다.
정상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
▶ ACTH 정상 범위
약 10~60 pg/mL (검사실마다 차이 있음)
▶ Cortisol 정상 범위
아침(8시 기준): 5~25 μg/dL
저녁: 아침보다 낮아지는 것이 정상 (일중 변동 존재)
Cortisol은 아침에 가장 높고 밤에 가장 낮아지는 일중 변동(circadian rhythm)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아침 채혈을 기준으로 해석합니다.
Cortisol이 증가하면 의심하는 질환
Cortisol이 높게 나오고, 동시에 ACTH도 높다면 :contentReference[oaicite:1]{index=1}를 의심합니다.
Cortisol은 높고 ACTH는 낮다면 부신 자체 종양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이 상태를 통틀어 :contentReference[oaicite:2]{index=2}이라고 합니다.
쿠싱증후군이 있으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
- 복부비만, 얼굴이 둥글어짐 (moon face)
- 혈압 상승
- 근육 약화
- 저칼륨혈증
이 경우 아무리 인슐린을 늘려도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혈당 조절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Cortisol이 낮으면?
Cortisol이 낮고 ACTH가 높다면 :contentReference[oaicite:3]{index=3} (원발성 부신기능저하증)을 의심합니다.
Cortisol과 ACTH가 모두 낮다면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이 경우에는 저혈압, 저혈당, 무기력, 체중 감소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HbA1c는 정상인데 고혈당이 반복된다면
HbA1c 수치는 비교적 안정적인데, 최근 갑자기 고혈당이 반복되고 생활습관 변화도 없으며 인슐린 용량을 늘려도 반응이 없다면 호르몬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ACTH / Cortisol 검사는 혈액검사로 확인 가능하며, 원인을 조기에 발견하면 불필요한 인슐린 증량을 줄이고 합병증 위험도 낮출 수 있습니다.
혈당이 보내는 또 다른 신호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는 것은 몸 안 어딘가에서 다른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고혈당이 반복되지만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내분비적 원인을 점검하는 것, 그 시작이 바로 ACTH / Cortisol 검사입니다.
내분비 병동에서 실제로 느낀 점
제가 근무하면서 경험한 사례 중에는, 혈당이 전혀 조절되지 않던 환자가 ACTH / Cortisol 검사 후 호르몬 이상이 확인되어 치료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갑상선 호르몬 이상이 함께 발견되어 갑상선 약을 추가하거나 용량을 조절한 뒤 혈당이 점차 안정되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혈당은 단순히 당뇨약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호르몬 균형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