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 소화기내과 병동에 배치되었을 때 대장암 환자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환자분들 대부분이 "이런 증상이 대장암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씀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은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라는 통계가 있는데, 2022년 기준 대장암 환자가 33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특히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서 저희 병동에도 30대 환자분들이 종종 입원하십니다.
대장암 의심 증상, 변으로 먼저 알 수 있습니다
대장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 겁니다. 제가 병동에서 환자분들을 돌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그냥 치질인 줄 알았어요"였습니다. 실제로 대장에 암이 생기면 장 점막에서 출혈이 발생하는데, 이 피가 변으로 나오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암의 위치에 따라 변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오른쪽 대장(상행결장)에 암이 생기면 출혈된 피가 대장을 오래 지나오면서 산화되어 검붉은 흑변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흑변이란 타르처럼 검고 끈적한 변을 의미하는데,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반면 직장이나 S상결장처럼 항문과 가까운 부위에 암이 생기면 선홍빛 피가 변에 묻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걸 혈변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분들이 치질과 혼동하십니다.
제 경험상 정말 조심해야 할 증상은 변이 가늘어지는 경우입니다. 직장암이 생기면 종양이 장을 막아서 변이 가늘게 나오는데, 이 증상을 그냥 넘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인 불명의 빈혈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 출혈이 지속되면 철결핍성 빈혈이 생기는데, 이게 대장암의 첫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병동에 입원하신 환자분 중에도 빈혈 검사 중 우연히 대장암을 발견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원인 모를 복통이나 배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른쪽 대장암은 증상 자각이 늦고 변비도 잘 생기지 않아서 체중 감소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쯤이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내시경이 유일한 확실한 진단 방법입니다
대장암을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장내시경입니다. 초음파나 CT로는 직접적인 진단이 어렵습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 점막을 직접 관찰하면서 용종을 제거하고 조직검사까지 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여기서 용종이란 대장 점막에서 혹처럼 돌출된 조직을 말하는데, 이 중 선종성 용종이 시간이 지나면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대장항문학회).
정상 성인은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을 권장하고, 용종 과거력이 있다면 2~3년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가 암검진에서는 만 50세 이상 성인에게 매년 분변잠혈검사(FOBT)를 제공합니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혈액이 있는지 확인하는 선별 검사입니다.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받게 됩니다.
제가 환자분들과 상담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분들이 "올해 내 차례가 아니야", "작년에 못 받았는데 이제 늦었지"라고 생각하신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하면 놓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줍니다. 비용이 부담된다고 미루시는 분들도 많은데, 국가검진을 활용하면 거의 비용 부담 없이 검사받을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대장검사 키트도 분변잠혈검사 방식입니다. 대변을 소량 채취해서 검사 용액에 넣고 시험지에 떨어뜨리면 5
-15분 정도면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다만 이 검사는 선별 검사일 뿐이고, 양성이 나오면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합니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대장 건강을 결정합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대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을 하루 1.5~2L 정도 규칙적으로 마시면 대장의 독성 물질을 희석하고 변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설탕이 첨가된 각종 음료수와 술은 가능한 한 끊어야 하는데, 커피나 녹차는 하루 한두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가공식품과 가공육은 대장 점막에 독성 물질과 발암 물질을 유발합니다. 특히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채소, 과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식이섬유란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 연동 운동을 도와주는 성분을 말합니다.
운동도 정말 중요합니다. 운동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장 연동 운동을 활성화하며 내장 지방 감소에 도움이 됩니다. 내장 지방이 많으면 대장암뿐 아니라 여러 대사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오랜 시간 앉아서 TV를 보거나 활동량이 적은 생활 습관은 대장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하루 30분 이상 걷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대장 내 장내 균총은 면역 기능과 뇌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이 건강하면 뇌에 좋은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뇌세포가 튼튼해지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뇌 건강이 필수적인데, 대장 건강이 바로 뇌 건강의 출발점입니다.
저는 병동에서 일하면서 대장암 환자분들을 보며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대부분 증상이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병원을 늦게 찾으셨기 때문입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입니다. 국가검진을 꼭 챙기시고, 작년에 못 받으셨다면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해서라도 받으시길 바랍니다. 약국 키트라도 활용해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습관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증상이 커지기 전에 검사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