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투석 vs 복막투석 차이까지 쉽게 정리
병동에서 보호자분들이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는 질문이 있습니다.
“신장이 많이 나쁘다는데… 그럼 이제 투석해야 하나요?”
‘투석’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무겁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수치가 조금만 떨어져도 곧바로 투석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병원 현장에서 느끼는 건 조금 다릅니다. 투석은 단순히 “eGFR이 몇이냐”로 결정되는 치료가 아니라, 지금 몸이 무엇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투석이 언제 시작되는지, 그리고 왜 식이 제한이 중요한지까지 차근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eGFR 10 이하라면 무조건 투석일까?
만성신부전(만성콩팥병, CKD)은 보통 eGFR로 단계를 나눕니다.
- 3단계: 관리가 정말 중요한 시기
- 4단계: 투석을 대비해야 할 수 있는 단계
- 5단계: 말기 신부전 단계
일반적으로 eGFR 10 이하는 투석을 고려하는 구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 eGFR이 8인데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증상이 거의 없는 분
✔ eGFR이 12인데도 구토·부종·고칼륨이 반복되는 분
둘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 투석은 숫자만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 “몸이 버티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2) 투석을 시작하게 되는 진짜 이유
① 조절되지 않는 체액 과다 (부종, 폐부종)
이뇨제를 써도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고, 체중이 계속 늘고, 숨이 차서 산소를 써야 하는 상황.
심장내과에서 특히 자주 봅니다.
폐에 물이 차고, 다리가 붓고, 혈압이 오르고…
이때는 단순히 “조금 더 지켜보자”가 아니라 몸에 쌓인 물을 실제로 빼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② 위험한 고칼륨혈증
칼륨은 심장 전기 신호와 직결됩니다. 신장이 망가지면 칼륨을 배출하지 못해 쌓이게 됩니다.
- 칼륨이 반복적으로 6 이상으로 상승
- 심전도 변화가 동반
- 약물로 교정이 어려움
이 경우는 기다릴 수 없습니다.
고칼륨혈증은 투석의 대표적인 응급 적응증입니다.
③ 심한 대사성 산증
신장은 몸속 산을 배출합니다. 기능이 떨어지면 산이 축적되어 pH 균형이 무너집니다.
산증이 심해지면
- 숨이 가빠지고
- 전신이 무기력해지고
- 심장 기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으면 투석을 고려합니다.
④ 요독 증상 – 수치보다 더 중요한 신호
제가 병동에서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Cr 수치보다,
환자가 이렇게 말할 때 더 심각하다고 느껴졌습니다.
- “입맛이 하나도 없어요.”
- “계속 속이 울렁거려요.”
- “하루 종일 멍해요.”
- “몸이 너무 가려워요.”
요독 증상은 노폐물이 몸에 쌓이면서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 투석은 종종 “수치가 아니라 증상 때문에” 시작됩니다.
“Cr이 몇이면 투석인가요?”라는 질문보다
“제가 지금 요독 증상이 있나요?”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3) 혈액투석 vs 복막투석 차이
투석이라고 하면 대부분 혈액투석을 떠올리지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혈액투석 (Hemodialysis)
- 주 3회 병원 방문
- 1회 3~4시간
- 혈액을 기계로 걸러냄
- 혈관 접근로 필요
복막투석 (Peritoneal Dialysis)
- 집에서 시행 가능
- 복막을 필터처럼 사용
- 매일 시행
- 혈관 접근로 필요 없음
어떤 방법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직장 생활 여부
✔ 자가 관리 가능 여부
✔ 심장 상태
✔ 감염 위험
등을 종합해 선택합니다.
4) 투석 접근로 – AVF, AVG란?
혈액투석을 하려면 혈관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AVF (동정맥루)
- 본인 혈관 연결
- 가장 오래 사용 가능
- 감염 위험 낮음
- 미리 만들어야 함
AVG (인조혈관)
- 인공혈관 사용
-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선택
- 감염·막힘 위험이 AVF보다 약간 높음
그래서 CKD 4단계부터는
“언젠가 투석이 필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로 준비를 논의합니다.
5) 투석 환자 식이 제한 – 왜 이렇게 엄격할까?
투석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입니다.
① 칼륨 제한
칼륨이 쌓이면 심장이 위험합니다.
주의 식품 예:
- 바나나
- 감자
- 오렌지
- 토마토
- 시금치
고칼륨은 갑작스럽게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식이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② 인 제한
인 축적은
- 혈관 석회화
- 뼈 약화
- 가려움 악화
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인 결합제를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③ 수분 제한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
마신 물은 그대로 몸에 남습니다.
그 결과:
- 체중 증가
- 부종
- 폐부종
- 혈압 상승
투석 전 체중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병동에서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6) 정리 – 투석은 “패배”가 아니라 “치료”
많은 분들이 투석을 마지막 단계,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보면,
투석은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안정시키고 삶을 다시 회복시키는 치료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수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 증상이 중요하다
✔ 합병증이 생기면 필요해진다
✔ 미리 알고 준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신장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다면,
“투석해야 하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제가 지금 어떤 위험 신호를 가지고 있나요?”
“요독 증상이 있나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신장은 조용히 나빠집니다.
하지만 투석 결정은 조용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수치와 증상, 그리고 삶의 질까지 종합해 신중하게 결정됩니다.
알고 준비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걱정되는 경우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