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암 사망자 5명 중 1명이 폐암으로 사망합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바로 이겁니다. 단순 기침이나 감기라고 생각했던 환자분들이 뒤늦게 폐암 진단을 받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발견 당시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선량 CT가 폐암 조기 검진의 유일한 방법인 이유
폐암 조기 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저선량 CT(LDCT, Low-Dose Computed Tomography)입니다. 여기서 저선량 CT란 일반 CT보다 방사선 노출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검사 방식을 의미합니다. 2011년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저선량 CT를 통한 정기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20%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미국국립암연구소).
많은 분들이 피검사나 흉부 X-ray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호흡기 내과에서 근무하면서 확인한 바로는, 암 표지자 검사나 객담 검사 등은 폐암 조기 검진에 효과가 없었습니다. 특히 흉부 X-ray의 경우 초기 폐암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저선량 CT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결절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양성(false positive) 결과가 많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위양성이란 실제로는 암이 아닌데 검사 결과에서 의심 소견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저선량 CT에서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되더라도 상당수는 양성 결절이나 염증성 변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추가 검사나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검사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20만~30만원 수준입니다. 일반 건강검진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옵션을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폐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호흡기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해서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위험군 환자분들께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받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흡연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폐암 검진 권고 대상
폐암 검진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발생 위험이 높은 특정 그룹에게 권장됩니다. 현재 의료계에서 권고하는 저선량 CT 검진 대상자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50세에서 80세 사이 연령
- 20~30갑년 이상의 흡연력
- 현재 흡연 중이거나 금연한 지 15년 미만
- 폐 수술이 가능한 건강 상태
여기서 갑년(pack-year)이란 흡연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하루에 피운 담배 갑수와 흡연 기간(년)을 곱한 값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1갑씩 20년간 흡연했다면 20갑년, 하루 2갑씩 15년간 흡연했다면 30갑년이 됩니다.
저는 병원에서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분들을 상담할 때마다 꼭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서 단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착각하기 정말 쉽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분들이 "그냥 기침이 좀 심한 것 같아서" 또는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숨이 차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몇 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객혈(기침할 때 피가 섞인 가래), 계단만 올라도 숨이 차는 증상, 가슴 통증,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폐렴과 폐암의 증상이 생각보다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폐렴은 항생제 치료로 일주일 정도면 호전되고 대부분 퇴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암은 다릅니다. 항생제를 써도 숨찬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곤란이 심해집니다. 피검사에서 암 표지자 수치가 유난히 높게 나오면 그때 CT 등 정밀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금연한 지 15년이 지났거나, 기대 여명이 짧거나, 폐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조기 검진을 중단하는 것이 권고됩니다(출처: 대한폐암학회). 조기 검진의 목적은 암을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상태라면 검진의 의미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흡연 경험이 있는 50대 이상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저선량 CT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생존율도 크게 달라집니다. 제가 근무하면서 봤던 환자분들 중에서도 조기 발견으로 수술 후 완치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폐암은 여전히 사망률이 높은 암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폐암은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없을 때 미리 검사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